에디터팁
아시아의 음력 설 문화
음력 설
2023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 많은 사람이 새해 동물인 토끼를 언급하며 덕담을 나누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토끼의 해는 아직이다.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는 음력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설은 양력 1월 22일로 평년에 비해 빠른 편이며, 음력 1월 1일이 되는 순간 계묘년이 시작된다.
음력 설을 맞이하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익히 알고 있듯 중국에도 춘절이 있고, 베트남에도 '뗏'이라는 설 명절이 있다.
비슷한 풍습을 가진 아시아 나라들의 음력 새해(Lunar New Year)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아보자.
2023년이 토끼의 해가 아니라고?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다 같은 12간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12간지에 들어가 있다. 즉, 올해가 고양이의 해인 셈. 그 외에도 베트남의 12간지는 물소, 염소가 포함되어 한국이나 중국과는 조금씩 다르다. 말레이시아는 토끼 대신 사슴이 들어가 있어 올해가 사슴의 해라고 한다. 또, 돼지 대신 육지 거북이 12간지에 들어가 있다. 생태환경이 달라 12간지에 포함되는 동물이 다른 것이다.
베트남 뗏
2023년의 뗏 기간은 양력 1월 20일부터 1월 26일까지다. 보통은 10일 정도, 길게는 2주 정도 쉰다. 가족이 있는 고향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의 서울처럼 대도시는 오히려 한산해지기도 한다.
뗏 기간 동안 베트남은 온통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장식된다. 각각 행운을 불러오며, 악을 쫓고, 건강과 재복을 상징하는 색이다. 또, 집마다 금귤이 가득 열린 나무를 들여 장식하며 새해가 풍요롭길 바란다.
설날에는 제단을 꾸미고 새해맞이 제사를 지내며, 송닷(Xông đất)이라고 하는, 인품이 높은 사람을 새해 첫 손님으로 초대하고, 초대된 사람은 초대된 집에 방문해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며 덕담을 하는 문화가 있다.
베트남 뗏 선물
송닷으로 초대받은 손님은 붉은색 계통의 선물을 준비하거나, 행운을 뜻하는 매화꽃을 선물로 준비한다. 또, 빨갛고 맛있는 수박을 고르기도 한다.
그 외에 그림을 선물로 주고받기도 하는데, 암탉과 수탉이 그려진 그림인 'Đông Hồ'그림과 1년간 풍족함을 가져다줄 돼지 그림을 선물하기도 한다.
베트남 뗏 음식
베트남의 뗏 음식으로는 반쯩(Bánh chưng)과 반뗏(Bánh tét)이 있다.
둘 다 찹쌀과 돼지고기, 바나나 등으로 만들어 동잎이나 바나나잎으로 감싸는 것은 비슷하지만 모양이 다르다. 반쯩은 네모난 틀에 넣어 만들고, 반뗏은 원형으로 만든다. 큰 잎으로 잘 싼뒤 오랫동안 익혀 주면 완성이다.
완성된 반쯩과 반뗏은 조상의 제사에도 올라가고, 새해 첫날 먹기도 한다. 반쯩과 반뗏을 먹어야 한 살을 먹는다고 여기는 풍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12월 31일, 1월 1일에는 화내지 않기
베트남에는 새해 미신이 많다. 그 중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과 새해의 첫날인 1월 1일에는 말싸움과 험담을 하지 않는 풍습이 있다. 이때 나쁜 말을 하게 되면 앞으로의 1년 동안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베트남 사람들은 한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첫날에는 좋은 말과 덕담만 주고받게 되었다.
중국 춘절
중국 춘절은 중국에서 가장 큰 명절인 만큼 길게 쉰다.
국가 지정 공휴일은 3일이지만, 지역에 따라 음력 1월 1일 당일을 기준으로 앞뒤로 3주 정도까지 쉬기도 한다.
12월 마지막 주부터 거리에 홍등을 내걸고 문에는 길한 문구를 써넣은 붉은 춘련(春聯)을 붙인다. 집안에는 연화(年畵)라고 하는 상서로운 그림으로 장식한다. 음력 12월 31일이 되면 집 대청소를 하고 저녁에는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한 해의 마지막 음식인 넨예판(年夜飯)을 먹는다.
자정이 되면 액운을 쫓는 폭죽을 터트리며 새해가 온 것을 축하한다.
중국 춘절 선물
춘절 당일이 되면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눈다. 한국과 비슷하게 세배를 하는 문화가 있다. 다른 것은 홍포라고 불리는 빨간 봉투에 담은 세뱃돈을 받는다는 것. 그 외에도 친구나 친척끼리 과자나 음식 등의 선물을 교환하기도 한다. 행운을 상징하는 붉은 색이나 금색으로 포장하는 것이 예의다.
단, 장례 관련 물품이나 날카로운 물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상징하는 시계 등은 금기시된다.
중국 춘절에 먹는 음식
한 해의 마지막 음식으로는 넨예판(年夜饭)을 먹는데, 지역에 따라 음식의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남방에서는 두부와 생선을 포함해서 푸짐하게 구성한 한 끼 식사를 먹는다. 두부의 '부'와 생선의 '어'가 합쳐져 큰 재물을 뜻하는 단어가 되기 때문이다.
북방에서는 가족끼리 함께 모여 교자를 빚어 먹는다. 교자의 '교' 발음이 지난 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 당일에는 쌀을 쪄서 만들어낸 녠까오(年糕)와 부귀의 상징인 생선을 먹는다.
빗자루를 건드리지 마시오
중국인들은 섣달그믐날 청소를 끝마치고 청소함에 빗자루를 넣어놓고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새해 첫날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내면 한 해의 행운과 복을 싹 쓸어내 버려 집안이 망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일본 새해 오쇼가츠
일본은 의외로 음력 설을 쇠지 않는다. 양력 1월 1일을 오쇼가츠라고 부르며 기념하는데, 앞뒤로 3일씩 해서 12월 29일부터 1월 3일까지 6일의 연휴를 갖는다. 일본인들 또한 고향에 방문해 가족들을 만나기 때문에 교통 정체가 극심한 편이다.
12월 말에 집 안 대청소를 하고, 입구에는 대나무와 소나무로 만들어진 설날 장식인 카도마츠를 놓는다. 문에 두꺼운 새끼줄을 꼬아놓은 듯한 시메나와를 걸기도 한다.
1월 1일에는 기모노를 입고 신사를 방문해 새해 소원을 빌고 오미쿠지로 한 해 운을 점친다. 이를 하쓰모데라고 한다.
일본 세뱃돈 오토시다마
일본에서는 세배를 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린이라면 용돈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인 '오토시다마'가 있기 때문이다. 봉투부터 미리 준비해 예쁘게 꾸민 후 그 안에 용돈을 담아서 준다.
그 외에 연하장을 보내는 풍습이 있었으나, 요즘은 SNS나 메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 설 오세치 요리
일본 새해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카가미모찌 떡이 들어간 국인 오조니를 먹는다. 된장이나 간장을 풀어 끓인 국물에 떡, 토란 등의 재료를 넣고 만든 음식이다.지역에 따라 찹쌀떡 그 자체를 넣기도 하고, 구운 떡을 넣기도 한다.
또 다른 음식으로는 설날 도시락인 오세치가 있다. 화려하게 꾸며진 도시락이며 원래는 4단이었다고. 요즘은 1단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먹는 추세다. 한 칸 한 칸에 담긴 모든 재료에 의미가 담겨 있어 한 해의 운을 좋게 해준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다른 설을 쇤다?
일본은 1873년부터 양력으로 설을 쇠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는 여전히 음력으로 설을 쇠며 오키나와 전통 요리를 먹는다. 물론 일본 본토와 똑같이 오세치나 오조니를 양력 1월 1일에 먹는 집도 있다.
한국 설
한국 설은 음력 1월 1일을 기점으로 전날과 다음 날 1일씩 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총 사흘의 휴일 동안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는다. 고속열차와 고속버스 예약이 매우 치열한데, 명절 연휴에 이용할 티켓을 예약하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다.
설 당일에는 새 옷인 설빔을 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며,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눈다. 집안에 들어올 새 식구가 있다면 이때 인사를 하러 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설 풍경이 많이 변해 고향을 찾지 않고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설 선물
대표적인 설 선물은 세뱃돈이다.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절을 하면서 덕담을 하면, 손윗사람은 준비해 둔 세뱃돈을 건넨다.
또, 이맘때쯤 되면 마트나 백화점에서 명절 선물 세트를 만날 수 있다. 과일, 건강식품, 한우, 주방가전 등 종이 박스에 정갈하게 담겨있는 형태로 판매한다.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회사로부터 명절 상여금이나 설 선물 세트를 받으며, 집안의 큰 어르신을 방문할 때는 취향에 맞는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선물에 대해서 따로 금기는 없다.
한국 설음식 떡국
설을 대표하는 음식은 떡국이다. 떡국은 하얀 가래떡을 살짝 굳힌 후 어슷썰기해 고깃국물에 끓이고 계란으로 만든 지단으로 고명을 올려 내는 음식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남쪽 지역에서는 대부분 떡만 넣고 끓이고 중부 지역에서는 떡과 만두를 함께 끓인다. 북부 지역에서는 만둣국으로 설날의 첫 끼를 먹는다. 이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었다고 여긴다.
설 전날에는 잠들지 않는다
설 전날, 집안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일찍 잠들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며 겁을 주는 경우가 있었다. 깜빡 잠들어버린 어린이의 눈썹을 하얗게 칠해 놀리기도 했다고. 설 전날인 섣달그믐날에 자지 않고 밤을 새는 풍습인데, 이를 수세(守歲)한다고 한다. 이유로는 설맞이 준비로 바빠서 잠을 자지 않는다는 설, 잠을 자는 동안 '삼시랑'이라는 신이 하늘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일 년간 지은 죄를 고하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설 등이 있다. 요즘은 많이 찾아보기 어려운 풍습이다.
2023년 토끼해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며 지난해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로운 장식으로 집을 꾸미며 새 옷을 입는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 특별한 음식과 선물을 나누며 안부를 묻기도 한다. 나라별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설을 보내지만,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또는 고양이의 해에 모두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양한 문화가 있는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는
#이국적인
#활기찬
#화려한